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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은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하던 시대로 이브가 원죄를 저질렀다는 '창세기' 구절에 따라 여성에 대한 공포와 불신이 드높던 시기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여성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는 오늘날에 비해 크게 제한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학에도 그대로 반영돼 중세의 문학작품에는 여성이 불안정하며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묘사됐습니다. 그러나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용감한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중세 유럽에서 펜을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1. 침묵을 깨다
당시 문학을 지배하던 여성 혐오사상에 과감히 맞선 최초 프랑스의 첫 여성문학가인 크리스틴 드 피장은 여성들을 대변하는 '숙녀들의 도시' 책의 저자였습니다. 작품 속에서 여성을 사악한 유혹자로 묘사하는 남성 중심적 시각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숙녀들의 도시를 만들어내는 상징적인 이야기로 전개되면서 "남자들은 왜 하나같이 여자들이 사악하다는 시각에 동의하는지 알 수 없다"라고 눈물을 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 글을 남겼으며, 당시 남성 문필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녀는 정치 평론, 문학 평론, 교훈서 등 다양한 장르에서 글을 썼으며, 잔다르크를 찬양하는 시를 포함해 수십 권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여성의 현실적인 삶과 자기 성찰을 진솔하게 기록하며 중세 여성 작가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했습니다. 이런 용기 있는 행동은 그 당시 중세 유럽 여성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키며 여성 문학의 새로운 장이 열렸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공간은 수녀원이었으며 여성도 글을 배우고 쓸 수 있었습니다. 당시 수도원에서는 책을 손으로 썼으며, 수녀원에서도 필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각국의 고문서 도서관에서 중세 여성을 그린 희귀 필사본을 여럿 발굴이 됐는데 색감이 화려하고 정교한 필사본에는 당시 여성의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하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필사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은 여성도 있고, 여성들의 내면세계와 창작 욕구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가톨릭 인물로 빙엔의 힐데가르트를 들 수 있는데 독일 출신의 수녀이자 신학자, 작곡가, 약초학자로, 다방면에서 활동한 중세 유럽의 지식인이었습니다. 세 권의 신학서를 집필했는데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을 반영한 내용으로 자신의 글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표현하였습니다.
2. 고난을 넘다
중세 시대 여성 작가들은 많은 제약과 편견 속에서 글을 써야 했고 여자는 글을 배워서도 안 되고, 밖에 나다녀서도 안 되고, 남을 가르쳐서도 안 되었습니다. 고대부터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를 거쳐 중세까지, 아니 19세기까지 이어온 관습으로 고대의 철학자 글에서 그 근원을 볼 수 있는 만큼 뿌리가 깊고도 깊은 여성 차별이었습니다. 이러 환경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본명인 아망딘 오로르 뤼실 뒤팽 대신 남성 필명을 사용해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그녀는 당시 사회의 관습에 도전하며 남장을 하고 다니기도 했으며, 자유연애를 주장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했으며 농촌 생활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통해 사회 문제와 여성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당대 문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후대 여성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오랫동안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으나 최근 들어 이들의 작품이 재조명되면서 중세 문학과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더욱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시각적 이미지인 성녀의 비전과 미술을 통해 중세의 사회와 여성의 삶이 실제 어떠했는지 재구성하는 데 수녀원과 여성을 연결시켜 중세 사회를 이해하고, 비전 형태로 여성으로서의 발언을 그린 빙엔의 힐데가르트, 당시 종교미술이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짐작케 하는 가톨릭의 여성상 그대로 제단화로 그려진 시에나의 카타리나를 통해 중세 여성의 삶과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글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첫째,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용기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둘째, 여성의 경험과 관점이 문학과 역사에 어떤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셋째, 종교와 정신성에 대한 여성의 독특한 해석을 제공합니다. 또한, 중세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는 문학사에서 그 시개 여성의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데카메론' 저자인 보카치오가 쓴 '유명한 여자들'이라는 책에도 티마레테와 이레네라는 그리스 여성 화가 2명이 등장하는데 중세 수녀들은 태피스트를 제작하며 여성 작가와 예술가들의 존재가 중세 시대에도 지속되어 왔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이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문학사와 예술사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서술되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역사와 문학에서 소외된 집합체는 없을까?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적 관행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또 그것이 되려 역차별은 되지는 않는가? 중세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들이 펜을 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의 이야기의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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